지도에도 없는 길 2020. 3. 12. 13:58

 

 

 

 

처음엔 비가 오지 않았다

그저 흐리고 꾸무리한 날이 이어졌다

아침부터 예보는 비가 온다고 했어도

오후 중반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스위스마을을 들어서니 무언가 길을 가로막는다

겨우 옆으로 피해서 마을 길을 돌았다

초입은 이미 가게를 열어두었으나

안쪽은 대개 비어 있었다

끝자락에 공터가 보이고 아이 하나가 거기 놀고 있었다

이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차창 밖으로 빗물이 방울져 내리면서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을텐데

그 아이가 배경이 꽃으로 그려진 벽 앞에 앉아

무언가를 줍고 있었다

아이가 잠시 빗줄기 속에 배경이 되었다

일어서면 더 좋은 풍경이 오래 머뭇거렸다

이윽고 아이가 일어나 이쪽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셔텨가 눌려졌다

연속으로 여러 번

아이는 천천히 일어나 돌아보더니 달려서 집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 엄마가 손을 흔들고 있는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