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 서귀포이야기
배 그림자
지도에도 없는 길
2020. 1. 28. 17:47
배가 흔들리는지 아닌지는 그림자를 보면 안다
뱃전에 기댄 바람이 슬슬 몸을 풀기 시작하면 배는 안달이 난다
며칠 항구에서 꼼짝없이 쉬었기 때문에 몸에 벌써 좀이 쑤시기 시작하여
어딘가 먼 바다로 가고 싶어 어깨가 결린다
잠시만 기다려 데려다 줄게 바람이 뱃전에 대고 속삭인다
배에 걸쳐둔 검은 붉은 깃발들이 펄럭이자
뱃고동도 슬쩍 동그란 손잡이에 손을 올려보는데
물이 일렁이며 배의 심정을 짐짓 알려온다
물에 비친 배 모습이 구부러지며 흔들린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
뱃사람들의 왁자지껼한 소리
그물 부리는 둔탁한 소리들
연료통을 점검해보는 선장
곧 출항의 채비를 차리는 동안
배는 그저 몸이 흔들리며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