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 2019. 11. 10. 11:02




차밭에가면 마음이 낮아진다

차분차분하게 아래를 향한 잎들이

자꾸 낮은 곳을 보라 한다

더는 자랄 수 없는 가위질

해마다 봄이면 깊은 곳

가장 순하고 여린 손을 너에게 바친다

가위질 당한 순하고 착한 목들을 내린다

이 가을에는 근육만 남은 자리를

너는 잊지 않고 찾아준다

오래 기다리면서 너의 따스한 눈길로 겨울을 난다

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올 것이므로

지금은 비록 서러워하지 않는다


억센 가을 차밭에서

오래 기다리는 너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