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다나스가 지나고
태풍 다나스가 지나가고 있다.
어제 저녁에 서귀포 사는 동기 부부 3명이 모여 식사를 했다.
귤밭을 하는 친구 덕에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모인다. 비가 오는 날이 그 친구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비가 좀 오긴 했으나 장맛비 정도로 생각했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비가 상당히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입가심으로 맥주 한 잔을 하고 가자 하여, 옆 2층 잘 가는 맥주집으로 갔다.
수놀음을 해서 정산을 하였는데, 그리고 나서 돈을 좀 벌었다는 그 친구가 맥주를 사기로 했다.
저녁은 먹었어도 작은 단호박 피자와 버섯샐러드를 시키고, 맥주와 음료룰 시켰다.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있다보니 빗발이 더 세차지고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헤어져서 호텔로 돌아왔다.
새벽에 대나무 윗 부분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유난히 세차다고 여겨지고, 잠이 깨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3시 30분, 우산을 들고 옥상 뷰로 가보았다. 바람소리가 세차게 들리지만 큰 피해는 없는 듯 했다.
다시 로비로 나가 주차장을 돌아보았다.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지만, 큰 피해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둘러보았다. 주차장 끝에 심어 둔 옥수수 들이 좀 넘어져 있을 뿐, 큰 피해는 없다. 비록 바람이 세차게 불기는 했어도 큰 피해는 없이 태풍이 지나갔다. 비가 많이 오긴 했어도 비 피해도 별로 없다. 서귀포는 비가 많이 와도 한라산 부근에 특히 많이 온다. 이번 태풍에도 한라산엔 1000미리 이상의 비가 왔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 아래서는 그 느낌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저 비가 계속하여 많이 내리네 정도.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라 많은 비도 바로 땅속으로 스며든다. 그래서 비 피해가 육지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수목이 울창하여 더 피해를 줄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가 비가 자주오고 많이 와도 여기는 피해를 별로 입지 않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마나스는 이제 제주를 벗어나 바다에 있을 것이다.
큰 태풍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태풍 지나고 돌아보니 잔 나무가지들이 더러 부러져 있다. 특이하게 길게 자라거나 외톨이로 자란 가지들은 쉽게 부러지나보다.
순이 연한 대궁들도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누워있다. 키가 큰 코스모스도 넘어져서 뿌리를 드러내고, 호박잎들도 큰 잎들은 바람에 떨어져 나갔다. 이렇게 큰 바람은 버려야할 것들. 너무 튀어나는 것들. 웃자란 것들을 솎아내는가보다. 둥글게 살아가라는 무언의 표현을 바람은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가끔 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과 가을이 오기 전에 오는 태풍, 너무 앞서거나 거스르면서 살아가지 말라는 자연의 가르침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