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다

무주무 이야기

지도에도 없는 길 2019. 7. 15. 10:03




이 사진은 월영교다. 페이스북에서 옮겨왔다. 아래 보조댐에 설치된 다리.

거기서 물이 흘러 우리 마을 앞으로 강은 흘러간다.


그 낙동강 상류 마을,무주무.

그 동네 이야기 한 토막.


어제 숙자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올해 99세, 한 삼 주 전에는 우리 동네 유일한 교회인 수상교회에서 오래 권사님으로 계신 민수 아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올해 100세, 모두 우리 친구들의 어머니, 아지매와 할매다.


민수는 나에게 아재 뻘이다. 그래서 그 어머니는 할매 뻘이고,

내가 어릴 때는 매일 아침 그 할매가 치는 새벽종 소리에 잠이 깼다. 늘 부지런하신 분이셨다.

정우와 민수 , 나 이렇게 셋이서 교회 옆 민수네 사랑방에서 같이 모여 공부도 하고 놀기도 했다.

정우와 나는 주로 공부를 하고, 민수는 주로 밖에 나가 놀았다.

할매가 만들어준 담근 포도쥬스(포도주 같았다)가 아주 걸죽하여 자주 맛있게 얻어 마셨다.

같이 공부한다고 참 많이 맛있는 것을 가져다 주셨다. 늘 고마운 분이셨다.

그 뒤 정우는 해양대가고,나는 육사가고, 민수는 3사관학교에 갔다.

어제는 동네에 갔다가 갑이와 시간을 가졌다. 갑이가 그렇게 이야기 한다.

"무주무 며느리들은 모두 오래 사시는 걸 보니 잘 살으셨네, 역시 동네가 좋으가보다"

그런가보다. 동네 노인회관에 가 봐도 거의 할머니들 뿐이다.


어린 날 그렇게 잘 사는 마을은 아니었어도 낙동강의 곁에서 먹을 게 풍성하게 생산되어 그런대로 잘 살아오신게 아닌가 한다.

지금도 갯밭에서 나오는 채소는 그 맛이 아주 좋다.


어제는 모처럼 고향에가서 밭에 심어 놓은 고구마를 보았다. 친구인 효산이 간혹 풀을 매주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고구마는 자라고 있었다. 고구마를 좀 캘 수 있을 것 같다. 아침 일찍 풀을 뽑았다. 그런데 다른 밭 고구마들은 잎들이 매끈한데 우리 밭 고구마 잎은 많은 부분이 벌레 먹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메뚜기와 풀 벌레들이 엄청 많았다. 여치도 보였다. 아마 한번도 약을 치지 않으니 다른 밭 벌레들이 모두 여기로 모여 잔치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발을 옮기면 우르르 벌레들이 뛰어 올랐다.

어쩌겠나. 약을 치지 않기로 했으니, 풀벌레도 먹고 살아야지.

고구마가 좀 덜 수확되면 또 어떻고, 지난 봄에 실어 놓은 마사토 무더기에 돼지감자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아마도 마사토를 실어온 곳이 돼지감자밭 이었나 보다.


밭에 자두가 많이 달려 있었다. 아로니아도 많이 따 왔다.

거름을 충분히 주어서 그런지 과일들이 당도가 높다. 아로니아도 많이 달려서 신 맛이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