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육지로 돌아가다
10년 만에 다시 육지로 돌아가다
서귀포에서 신흥리 친구 집으로 가는 길목에는 ‘동백마을’이 있다. 길 양 옆으로 키가 큰 재래동백이 서 있으며, 동백꽃이 피는 계절엔 붉고 아름다운 동백꽃이 만발한다. 그 길에 차를 세우고 동백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어보라. 일생의 참 소중한 사진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 길을 지나 골목길을 돌아서가면 그 친구가 살았던 제주도 집이 나온다.
그는 강원도 전방에서 대대장을 마치고 제주도 여행을 왔다. 여행을 마치는 시기 쯤, 제주도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보니 여기에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여기저기 검색하여 적당한 땅과 집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마침 적당한 부동산과 연결이 되어 여행중에 땅과 집을 계약하고 바로 제주도를 떠났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행을 하여 제주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몇 군데를 보고 정한 곳이 바로 신흥리. 귤밭 500여 평에 딸린 집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살던 곳을 명퇴금과 퇴직금을 모아 샀다. 그리고 바로 제주로 이주하였다. 귤밭의 나무는 베어내고 그 자리에 각종 나무와 꽃을 심었다. 그리고 마당에는 잔디도 심고, 집은 스스로 손을 보거나 지역 목수를 구해 같이 고쳐나갔다.
본채에 집을 달아내어 데크도 만들고, 별채도 한 채 지었다. 본채에 이어서 구들방도 만들어 온돌방도 만들었다. 화목난로도 만들어 고구마나 감자도 구워 먹었다.
온돌방은 불을 조금만 지펴도 아침까지 방이 훈훈하고 방바닥이 따스했다. 멋진 황토방이 만들어졌다. 벽은 편백나무로 모두 덧대어 향기가 온 집안을 은은하게 했다.
그리고 올레길을 걷고, 오름을 걸었다. 한라산을 오르고 주말이면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하여 함께 운동을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제주의 온 올레길을 다 걸었고, 오름도 여러군데 올랐다.
육사 동기인 이 친구. 알고 보니 동생한테 콩팥 하나를 이식해 주었다.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텐데. 군 생활을 하는 중에 그것을 결정해야 하였다. 동생의 건강을 위해 생명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신장을 이식해주고 전역을 신청하여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제주로 내려오기로 결정을 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의사였던 그 동생은 신장을 이식 받고 몇 년을 더 살고 떠났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서귀포에 나가서 좋아하는 그림도 배웠다. 그렇게 제주의 생활에 젖어들고 있을 무렵, 갑자기 육지에 사는 손자가 그리워 지기도 했다. 아들들이 명절에 오지만, 더 자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이 사는 수원으로 가기로 하고 수원에 전세로 집을 얻었다.
꼭 10년 제주 생활. 그리고 그들의 육지로 떠났다. 집은 팔리지 않아 세를 두고 떠났다. 팔려고 내놨는데 아직은 팔리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