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 2019. 6. 18. 08:43

말년



이 생 진




말년에 눈물이 많다

아내 간병하느라 내 몸 관리하느라 눈물이 늘었다

그런 감각으로 전화를 받았다

밤늦게 걸려온 말년의 전화

나도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받는 것 같다

아내는 이미 갔고

밤늦게 전화가 온다

나보고 혼자 어떻게 지내느냐는 안부 전화다

십여 년 동안 치매 앓는 아내를 간병하느라 힘들다는 사람의 전화는




 * 구십을 넘긴 이생진 시인은 자주 제주에 오신다. 성산포에도 오시고, 정방동 마을 축제에도 매년 오신다. 올해도 오셨다.




제주 성산포해안 '시인 이생진 시비거리'
-성산일출봉이 지척으로 보이는 해안에 조성된 이생진 시비공원

이생진 시인(91)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시인이다. 아니 전세계적으로도 이생진 시인 만큼 섬을 많이 다니고 섬에 관한 시집을 많이 펴낸 시인이 또 있을까?

...

1955년부터 시집을 펴내기 시작해 <현대문학>을 통해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후 지금까지 38권의 시집과 여러 권의 수필집을 펴냈으며, 우리나라 섬의 전경과 섬사람들의 뿌리 깊은 애환을 담은 시를 주로 써오고 있다. 그가 펴낸 38권 시집의 대부분은 섬에 관한 시집이다.

특히 1978년에 처음 펴낸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수십 년째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 1996년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문학상, 2002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尙火시인상을 수상했다. 2001년 제주자치도 명예도민이 되었고, 2009년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비공원이 만들어졌다. 2012년에는 신안군 명예군민으로 추대받기도 했다. 신안군은 우리나라에서 섬을 가장 많이 가진 지자체이다. 무려 1004개에 이른다.

성산일출봉이 지척으로 바라보이는 오정개해안에 조성된 '시인 이생진 시비거리'는 그의 대표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 수록된 시들 중 19개 시를 선별해서 시비(詩碑)로 세워졌다.

또, 우도 가는 성산항 길목에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식당도 있다. 성산포에 사는 한 주민이 이생진 시인의 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너무 좋아해서 시인의 허락을 받아 식당 간판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식당에는 성산포 및 우도에 관한 이생진 시인의 시들을 액자로 만들어 여러개 벽에 걸어놓고 있다. 이 식당은 고등어 및 은갈치조림, 각종 해산물 구이 등 제주도 토속의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내놓고 있다.


* 이글은 임윤식 시인 페이스북에서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