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시공원--눈 온 날
칠십리시공원에도 눈이 쌓인다
눈이 아침부터 제법 온다. 눈 길을 걷는다.
시공원에는 여러 개의 시비가 서 있다. 매화가 피는 길 옆으로 걷노라면 아무도 밟지 않는 눈 길의 발자국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아 내가 지나온 길들도 저리 흔적이 남아있겠구나. 그러나 다시 눈이 내리면서 그 발자국은 자꾸 덮혀간다. 아무도 내가 걸어간 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은 내리고, 발자국은 세상의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져간다.
어제는 삼매봉도서관에서 '나의 인생이야기, 자선전쓰기'책을 빌려왔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자선전 이야기.
지난 번에도 제목을 보았으나 그게 그 이야기거니 하고 심드렁하게 책 옆을 스쳤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아 일반인, 글과 조금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 그리고 나이가 조금 드신 분들.
어쩌면 지금 나같은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볼 책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빌려왔다.
도움이 될 것들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말로 하기보다 이렇게 이야기로 풀어 쓰는 것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을 가져보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도 좋은 기회이겠구나 여겼다.
자신의 지나온 인생가운데 어떤 카테고리를 정해서 쓸 것인가를 예시해 두어서 참고가 될 듯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크게 혹은 세부적으로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의 또 다른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직도 가야할 시간은 다소 많이 남았고, 그 시간을 잘 보내야하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제이므로.
다시한번 이 책을 음미해보고 무언가 삶의 흔적과 미래의 궤적을 그려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 같다.
구상시인과는 1981년에 인연을 맺었다. 국방부에서 '호국문예'라하여 각 장르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글을 공모하였다. 아 그림도 함께 공모하였지. 그 때 시는 장시를 모집했는데 거기 응모하였다. 중위 였을 때. 내가 전곡에 처음 부임하여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였다. 장시 부문에서 허일 시인이 당선되고 나는 가작 2편 중에 한 편으로 입선이 되었다. 총 3명을 뽑은 자리였다. 당시 허일 시인은 신춘문예 2곳을 동시에 당선한 역량있는 시조시인 이었다. 그 때 심사를 해 주신 분이 구상 선생님이셨다. 그 인연으로 간혹 편지를 드리기도 했다. 시집을 냈을 때는 시집을 보내드렸다. 답장으로 엽서를 받았다. 공식적으로 시를 쓰면서 처음 입선했을 때 심사를 해 주시고 선해 주신 분이라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당시 봉급이 12만원으로 기억하는데 상금을 30만원 받았으니 상당한 금액이었다.
시공원에서 좀 덜 걸었다 싶으면 찾아가는 곳이다.
SGI, 연수원, 예전에는 프린스호텔이었다. 지금은 연수원으로 사용하면서 개방을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시비를 세워두었으며, 사진의 풍경을 그 앞의 작은 연못이다. 연수원을 둘러 길이 나 있다.
아래는 바로 바다. 새섬이 보이고 범섬, 새연교 및 서귀포 항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인데 여기는 산책 온 사람 몇이 있었다. 여기 산책 길은 아는 사람만 오는 숨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