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이야기
나라를 위하여, 상급자를 위하여,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이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자신을 믿어 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의 오기 장군은 전장에서 상처가 곪아 고름이 가득한 병사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그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 제거해 주었다. 이를 전해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 아버지가 과거에 전선에서 장군이 그렇게 해 주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다가 전사했는데, 이제 아들도 그렇게 되겠구나”하면서 한탄을 했다는 것이다.
고려가 막 개국을 하였으나 아직 기틀을 잡지 못하고 인접 여러 나라를 통일하지 못하였을 때, 왕인 왕건을 위하여 전장에서 대신 죽은 장수가 있다. 그는 바로 신숭겸 장군이다. 927년, 견훤의 후백제군은 신라를 침공하여 경애왕을 살해하고 수도인 금성을 장악하였다. 회군 도중에 대구 팔공산 근처에서 갓 개국한 고려 왕건의 5천 기병과 조우한 견훤은 대구 동화사 승려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왕건의 군대를 기습한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가 수세에 몰린 왕건. 충직한 부하 신숭겸 장군이 그의 옷을 대신 입고 장렬하게 싸우다가 죽음을 당한다. 왕건은 구사일생으로 살아 훗날 고려를 탄탄하게 이끌어가게 되고.
자신을 대신하여 죽은 신숭겸을 위해 왕건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후에 자신이 묻히기를 바라고 준비했던 명당자리를 신숭겸에게 제공하였다. 그리고 전장에서 잘려나가 찾지 못한 신숭겸의 목 대신에 황금으로 목을 만들어 무덤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황금 목을 파헤쳐가지 못하도록 나란히 세 개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강원도 춘천에 가면 그의 무덤이 있는데 봉분 세 개가 나란히 있다. 세 개의 봉분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무덤인지를 알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역사 가운데는 나라를 위하여, 왕, 대의, 사랑하는 사람, 꼭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분들이 부지기수다. 그렇게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정신과 기개, 그리고 희생으로 우리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러한 정신을 잊지 말고 살아가는 것, 이루어야 할 것,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 | 서정문 칼럼니스트 ㅣ 시인, 수필가 / 정치학 박사 |
연성대 겸임교수, 전 성결대 외래강사 육군 대령 전역, 한미연합사, 국방부, 주 자유중국(대만) 대사관 연락관 근무, 연대장 시인, 수필가, <우리문학> 및 <한국수필> 등단 국제펜클럽 이사,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회원 전쟁문학상, 화랑문화상, 국방부 주관 호국문예 시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