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돌 하나
1980년 9월, 나는 소위로 임관한 후 광주에서 기초군사교육을 마치고,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변의 새로운 부대로 전입이 되었다. 포병부대여서 늘 강변의 공터에서 포를 정렬하고 조준하고, 훈련을 하였다. 잡초들만 듬성듬성한 그 공터에서 오랫동안 천막을 치고, 포를 방열하고, 사격을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을 자고 밤 별을 보기도 하였으며, 새벽 먼 동이 트는 것을 자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그 부대를 떠나고 나서 그곳이 바로 구석기 유적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발굴이 되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로 거듭났다. 당시 훈련을 할 때, 무수한 돌이 발길에 차이고, 엎드린 곳 옆에도 돌 들이 널려 있었지만, 그저 흔한 돌 들일 따름이었다. 그 미국 군인이 그 ‘흔하지 않은 돌’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는 고고학을 공부한 미국 군인이 돌 하나를 발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동두천에 근무하던 미군 군인, 그는 한탄강변을 여자친구와 산책을 하던 중에 예사롭지 않는 돌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의 눈에 그 돌은 흔한 강변 돌이 아니었다. 그가 주워 든 돌은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주먹도끼’였다. 그 돌이 서울대의 강원룡 박사에게 전해지고 이후 구석기 유적지가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하여 오늘날 구석기 부분의 국사책이 다시 써지게 되었다.
수석을 하는 사람들은 강변을 거닐면서 예사롭지 않는 돌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평범하고 둥근돌 보다는 모가 나고 특이하게 생긴 돌에 관심을 둔다. 무언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돌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런 돌이 바로 높은 값을 매길 수 있는 돌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착실하고 효성이 깊어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칭찬을 받고 자란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고, 모가 나고 튀어 나는 아이도 나중에 스스로 깨닫고 가르침을 얻어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배움의 길은 빠르면 더욱 좋고, 늦어도 결코 늦지 않는 것이다. 백세시대에서 그것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조금 늦는다고 인생에서 결코 늦지는 않다. 일 년을 늦는다고 해도 깨닫고 스스로 노력한다면 미래는 그의 편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돌 들, 그 돌 가운데도 쓰임새가 소중한 돌 들이 적지 않다. 그것을 잘 발굴하여 닦고, 갈아 나가는 것이 바로 소중한 인재 양성의 길인 것이다. 흔한 돌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필요한 것이다. 흔한 돌 들보다 흔하지 않은 돌을 찾아 그 돌을 소중히 여겨주고, 잘 갈고닦는다면 그 돌은 더 귀중한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모가 난 돌 들이 적지 않다. 그 돌 들을 잘 다독이고 보듬어 주면서 이끌어 주었을 때, 그 돌은 뜻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그대에게 전해 줄 수 있다. 그런 돌을 찾아 아끼고 사랑해 준다면 미래는 더 밝아지고 아름다워지며 더 건전한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젊은이들의 미래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비록 지금은 두각을 잘 나타내지 못할지라도 언제 국가와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으로 발전할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젊은이들은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가 그런 것을 잘 이끌어내고, 동기유발을 하여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따스한 시선으로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여건을 잘 준비하고 만들어 줘야 할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 | 서정문 칼럼니스트 ㅣ 시인, 수필가 / 정치학 박사 |
연성대 겸임교수, 전 성결대 외래강사 육군 대령 전역, 한미연합사, 국방부, 주 자유중국(대만) 대사관 연락관 근무, 연대장 시인, 수필가, <우리문학> 및 <한국수필> 등단 국제펜클럽 이사, 한국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회원 전쟁문학상, 화랑문화상, 국방부 주관 호국문예 시 당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