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말
지도에도 없는 길
2017. 3. 8. 22:45
유채꽃은 해마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절로 피어난다.
말 한마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밭 가장자리고 걸어가다가 흰 뼈들 몇 점을 발견한다. 아 다랑쉬오름 근처에서 그 뼈들을 본다.
가는 뼈들. 사람의 뼈인가? 동물의 뼈인가? 알 수 없는 뼈들. 다랑쉬오름 근처에서라니.
사람의 뼈라면 어른의 뼈는 아닌 듯 한데, 이 밭의 가장자리에서. 유채꽃 밭 가장자리에서 저 삭아가는 흰 뼈를 보다니.
다랑쉬오름 근처에서. 그 오름의 오르막 초입에서. 편평한 길의 아래에서.
아픔의 뼈인가? 아직도 채 발견해내지 못한 뼈들은 저리 비가오면, 햇살이 오는 아침이면
하얗게 빛을 내는 것일까.
유채꽃이 피는 꽃밭 근처에서, 보리가 돋아나는 밭의 가장자리에서
저리 삭아가는 흰 뼈를 보다니. 정녕 사람의 뼈인가? 정녕 어는 키 작은 아이의 뼈는 아닌가.
유채꽃은 해마다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절로 피어나고, 그 유채꽃을 제주의 외로운 말은 뜯어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