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유체꽃

지도에도 없는 길 2017. 2. 19. 11:56



제주도에서 지금은 유채꽃의 계절이다. 이미 곳곳에 재배하지 않는 곳에서도 꽃이 절로 피어나고 있다. 이 사진에 있는 유채꽃도 마찬가지다. 겨울동안 절로 자라다가 이른 봄을 맞아 이렇게 피어나는 것이다. 이곳은 내가 자주 산책하는 곳이다. 시간이 별로 없을 때 가는 곳인데, 과거에는 '프린스호텔'이었다. 제주도에서 호텔에 묵어본 사람이라면 그 호텔을 더 잘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종교단체 SGI란 곳이 연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의 산책코스는 여전히 일품이다. 연수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주차장은 늘 비어 있어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이다.

외돌개로 향하는 고개. 그 고개 바로 전에 연수원 간판이 있다. 그 곳으로 한 100여미터 들어가면 연수원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가면 별장촌. 나는 오른편 주차장을 통과한다. 거기에 세계계관시인들의 비가 서 있고, 시도 적힌 시비가 있다. 그 시비 앞에서면 바로 배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시비 앞에는 작은 연못. 그 주변에는 의자가 있고 그늘막도 있어서 운치가 좋은 장소이다. 아침에 동편으로 바라보면 주변 야자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다. 여름이면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본다면 그림같은 풍경. 그리고 그곳을 지나 오른편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범섬이 보이는 풍경이 거기 있다. 그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왼편으로 돌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아침 조업을 나서는 배들의 분주한 이동을 볼 수 있다.

곰솔나무의 오솔길을 걸어 여체의 모습을 잘 담은 몇 개의 조각상을 지나면 나타나는 전망대. '서귀포전망대'라고 서귀포 사는 고시인이 명명했다고 한다. 거기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바로 섶섬. 해가 뜨는 곳이다. 12월 경에는 섬의 등에서 해가 뜨더니 요사이는 섬의 오른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서귀포항이 바로 내려다 보이고, 그 연장선 상에 서 있는 섶섬. 그 먼 바다를 보는 풍경. 오래 서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끔은 뒤늦게 고기를 잡으로 나가는 배들이 남기고 가는 역 브이자 물결로 아침 햇살이 붉게 내린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하루는 참 싱싱하고 힘차게 시작함을 깨닫는다. 구름이 바다 위에 있는 날은 구름 사이에서 붉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그러면 먼 구름까지도 붉은 기운과 빛이 퍼져나간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걸어나오면 야자수 너머로 붉은 아침이 일어나는 것을 등 뒤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나서 다시 삼거리로 오면 만날 수 있는 저 유채꽃.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물 주지 않고 키우지 않아도 절로 자라서 저리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긴 겨울의 기다림에 보답하는 꽃. 그 노란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