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한라산 등반 3

지도에도 없는 길 2017. 1. 14. 09:25



산은 언제나 거기 있고, 사람들은 그 산을 오른다.

나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사이에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본다.

산은 낮은 곳에서 보여주지 않은 것들을 많이 갈무리하고 있다가 하나씩 보여주는 듯 하다.

오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다가 어느 정도 오를 때마다 새로운 것 하나씩을 손에 들고 더 오르라 하는 듯.

눈이 내려도 산은 오래 간직한다.

하나 버리지 않고 그 언덕이나 골짜기 심지어는 능선에도 썩어 쓰러진 나무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눈발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나무 가지들에 매달아 산을 오르는 이들의 눈과 가슴을 신선하게 만들어 준다.











구름은 오르다가 잠시 쉰다. 나도 돌아보면서 그 구름의 피어오르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다.

보여주듯 재주를 부리는 저 구름들이 현란한 율동

그 옛날 조정철이 여기를 올랐을 때도 저 구름들이 그를 보러 이 산 허리를 지나왔겠지.

산은 오래전에 오른 사람들에게나 지금 올라오는 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그 이름을 '거북바위'라고 하면 어떨까?

저 서귀포바다에서 출발하여 멀리도 왔다. 산 정상을 바로 가까이 두고 신이 그만 오르라 했던가?

본래 바다에서 살아야하는 것이기에 이 산을 오르는데 금지되어 있었나.

거북은 백록담을 보고 싶었을까.

그 정상의 바로 아래. 정상이 보이는 곳까지 오른 거북이 바위가 되어 멈춘 자리

그 등 아래 내려다보이는 바다. 그 바다를 비추는 햇살들.

그의 등위로 내리는 파도같은 바람의 너울들

그 옆으로 나는 오른다






산에도 오름은 있어

산을 오르는 곳에도 오름은 있어

저 오름들도, 오르다가 저기 멈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