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신문, 동인지 등 발표된 작품들
물의 비밀 외-다층 2016 여름호에서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7. 12. 16:47
다층 2016년 여름호에 실은 글이다.
물이 주는 그 내밀한 감성
시골 집 앞 강은 늘 그런 것들을 가슴으로 알려주었다
물의 비밀
서정문
은비늘을 털어내자 물의 뼈들이
듬성듬성 밀려왔다
골격이 튼튼한 밑바닥부터
단단한 턱뼈를 키우고 있었다
어금니를 아래위로 부딪힐 때마다
강 바닥에서 물결이 만들어져
수면까지 등뼈를 밀어 올렸다
무게 때문에 견디기 힘든 꼬리 지느러미
짖누르는 압력으로 자꾸 튕겨져나가
검은 형체로 쌓였다
억압의 무게는 물의 뼈를 만들고
비늘은 더러 강이 되고 저수지가 되고
먼 바다도 되었다
흘러가면서 뒤틀린 뼈들은
칼칼한 소금이 되어 바다로 모였다
그 바다에 배 하나 띄워
내 옷자락을 적신다
소금끼나는 소매를 훔치며
일용할 양식을 걸러낸다
뼈의 그물에 걸린
빛나고 윤기나는 흰 하루가 매달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