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 신문, 동인지 등 발표된 작품들

푸른문학 -2016 여름호에 게재

지도에도 없는 길 2016. 5. 30. 16:34

 

 

 

 

 

 

엉겅퀴꽃

 

서정문

 

무리지어 피는 건

멀리 떠나온 별들이기 때문이다

강물소리가 여기서부터

가슴으로 물꼬를 내는 것도

기다린 별의 가슴과

오래 집을 떠난 이역 병정의

눈빛이 꺾여진 곳

낮이면 아우성으로 흙먼지가 날고

새벽까지 뜬 눈으로 강을 지켜야 한

어깨, , 다리는 아직도 절절하다

등을 후려치는 봄 밤

홀로 또 홀로

외로움이 빛이 되어가면

비수없이 떠다니는 물 파랑들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날선 비늘이 된다

성벽을 향해 일제히 매달려야 했던

젊디 젊은 목숨들

핏덩이를 쏟아내고 강으로 잠겨간

임진강변 호로고루 적벽에 새겨진 이름들

별이 되었다 한 들

꽃이 되었다 한 들

억한 민초들의 단말마

겹겹이 따가운 그 자태

 

 

 

저녁 강

 

서정문

 

물이 흘러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는

저녁 나절 강으로 간다

반짝이는 강물에 분침처럼 피래미들이 튀어 오른다

갈대 숲 지나면 시침처럼 뾰족한 강줄기

키 작은 수양버들 너머로 환하게 시계판이 보인다

빛 날 때마다 한 뼘씩 흘러가는 강물

물의 층계는 돌기를 남기고

강은 그 높이를 가늠하며 낮은 데로 흘러간다

시간도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지

그림자는 늘 약간씩 기울어져 가고

기울기에 따라 하루가 흘러가는 거야

무엇하나 평평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

조금 높고 낮은 것이 있을 따름이지

흘러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이치가

너와 나의 생각차이 같아

언제 딱 한번 같았을 때가 있었지

낮은 곳에 정이 가는 건

나도 어깨가 낮은 때문이지

직립의 내일이 허락되었어도

늘 저만치 손 밖에 있었으니까

저녁 강이 걸러내는 하루

피래미와 강 그림자가 가리키는 시간은

생명을 일러주는 단서였어

강 그림자가 기울어져가는 시간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