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 2016. 5. 13. 11:10

 

녹슨 철모

 

 

누군가의 목숨을 지켜 주었던

귀하디 귀한 방패 하나

녹이 슬고 버려져 유월의 풀숲에 누웠다

전방으로 가는 간이역 철로 옆에

몸대신 지탱하고선 나무 막대기 위

잊혀진 기억을 고스란히 받아 들고

햇살을 받아먹고 있다

녹슬어 지친 머리 위

쭈그러진 정수리 부근에는

덜 식은 핏자국 몇 점

그늘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