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오리 가족

지도에도 없는 길 2015. 7. 9. 16:23

 

 

 

 

오리 가족

 

천보터널을 지날 때 잠시 사방이 어두워진다

내리막길이라 더 천천히 달리는데

탑동마을 앞 길에서 눈을 비볐다

종종 거리며 무단횡단하는 오리가족이다

어미는 앞에서 뒤뚱거리고

그 뒤를 새끼오리 열마리 쯤

어미 발자국을 따라 줄을 서서 건넌다

브레이크를 잡고 뒷 차들이 서도록 비상신호를 켰다.

눈 두렁으로 올라가는 일가족

작고 앙징스런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를

천천히 다시 지나왔다

어미가 지나간 곳을 따라

나도 저렇게 인생을 무단횡단 해 왔을까

수 많은 보호 아래 얼마나 위험한 순간을 지나 왔을까

그 무단횡단을 기다려 준 사람들

너그러이 지켜 봐 준 분들

그 시선속에서 오늘까지 무사히 살아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