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 2014. 9. 22. 07:22

 

 

 

 

 

꽃 너머 꽃

 

만수국이었던가 천수국인가

이름도 가물한 꽃 하나가

시골 옛 집터 입구에 피어 있었다

썩은 나무는 어릴 적 그대로 겉만 삭아가고 있었고

홀로 선 대추나무엔 올해도 붉은 대추가 풍년이다

헐려 버린 집터에 어머니가 열무며 골 배추를 심었다

앞 집도 빈 집

뒷 뜨락으로 알 밤이 벙그는데

절반은 우리 집 마당터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메밀밭 귀퉁이 토란들

모과나무 건너 호두나무 하나

절로 크고 절로 자라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