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길 2014. 5. 18. 10:31

 

 

 

 

 

남이섬을 가다

 

섬은 물 위에 떠서

사람들은 그 물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물위를 작은 기차가 다니고

나무들이 벤치를 안고 있었다

정작 배는 우리를 뭍에서 물위로 부려놓고

후다닥 떠나버리고 만다

나미 공화국이라는 나무위에

상상의 나라들 국기가 펄럭이고

길 아래 모든 나무들은 드러누웠다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밟고 길을 떠났다

엎드려서 차를 마시고나서

누워서 파전을 먹을 때

둥둥 떠다니는 막걸리 잔을 겨우 집어들었다

포석정처럼 긴 강변선들이 길이 되어

나를 감싸안아 주었다

나무들은 그림자만으로도 충분히 젖었다

배를 되돌려 나올 때

저문 문짝사이로 눈부신 햇살

아직 나미 공화국은 초저녁이었다

 

뭍이 다시 걸어와

나를 물위로 걸어가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