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여행기--일상을 떠나

구봉도 할배와 할매바위

지도에도 없는 길 2014. 4. 1. 18:19

 

 

 

할배와 할매바위

 

바다로 가는 길은 늘 멀다

몇 굽이를 돌아도 파도 뿐

파도는 쉬이 가슴을 내어주지 않고

절로 흔들어 머물지 못하게 한다

끝내 다다르지 못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듯

바다는 어느 곳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할배가 떠나고 난 다음

할매가 기다리는 곳에 늘 와서 바다소식을 전해주던 파도

그 희고 길어진 등에는 할배의 등도 함께 보이는 듯

할매는 파도의 등을 쓰다듬으며

돌아오지 않는 할배를 기다린다

바람이 와서 등을 토닥이고

갈매기도 머물면서 할매의 등 굽은 자리에 날아오고

바다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지만

할매의 눈빛은 파도를 닮아가고

바다의 깊은 눈속에 잠긴다

 

깊은 기다림은 파도가 되고

바람이 되고

갈매기가 되면 흰 바다 구름이 되면

저 멀리 파도 너머까지 가서

할배 소식이라도 듣고 싶은 날

할매도 파도가 된다

할매도 바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