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새 길을 만들어가는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12. 31. 21:42

 

 

 

 

 

 

 

 

 

 

 

새 길을 만들어가는

                                     서 정 문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렸지요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찾은 외딴 집

흐린 불빛은 지난 시간처럼 낮게 엎드리고

새로 내리는 눈발에 자꾸 눈시울이 젖어 갔습니다

아득한 길을 달려온 지난 자국들이

눈에 점점 묻혀가면서

하얗게 아주 부드럽게 길을 품어 안으면서

새 날로 바람을 불게하여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새벽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그가 다가와

다정하게 어깨 두드려 주는 아침이 왔습니다

가지 않는 길을 이제 떠날 준비는 되었습니다

함께 가야할 동반자도 곁에 서 있습니다

새롭게 펼쳐진 저 숲은

무성하게 내린 흰 눈으로 덮혀

그저 침묵이지만 가슴으로 전하는

깊은 언어들을 차분하게 밀어 냅니다

가야지요

저리 새 길 너머로 걸어야지요

손을 잡아 끌어봅니다

두려워말고 힘차게 발을 디디세요

단단하고 튼튼한 디딤돌을 딛고

 

새 날이 옵니다

저리 따스하고 신선한 새의 부리들을 앞세워

콕콕 가렵고 필요한 만큼만 가려

앞서 짚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