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빨래집게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12. 1. 18:17
빨래집게
어머니 빨래집게는 아직 쓸만 한가요
빗방울 함석 지붕으로 흐드러지는 소리나면
얼른 문을 열고 빨래를 걷어야지요
세월을 견딘 저 집게들도
그 함석소리에 놀라
이제는 한 쪽 귀들이 날아갔네요
부러진 허리 꺽어 햇살 부신 날을 기억하면
세상은 그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아버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집으로 오고
저 처마 밑에 영정을 놓고 절을 할때
물끄러미 바라보던 집게들
아버지가 세워 둔 구불어진 장대는
가위손을 만들어
녹슬 틈 없이 젖은 몸을 받치던
그 무게를 기억하네요
이제 아버지의 옷들은 훌훌 벗어던지고
어머니의 무게만큼으로만 가벼워진 탓에
빨래줄은 팽팽하게 긴장을 즐긴답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도
꺼꾸로 한동안 함께 매달려 견디자 하면서
어깨를 곁고 힘을 주네요
어머니 그 사이 비가 그치고
저 물빠진 빨래집게 한 귀가 날아가도
아직은 텃밭을 매고 허리 굽어져도
푸성귀를 맛깔나게 키우는
그 더부룩한 손길을 잊지 않네요
아직 그 집게 버리지 마세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