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느티나무 가슴으로 바람이 스치고

지도에도 없는 길 2014. 2. 15. 10:35

 

 

 

 

 

느티나무 가슴으로 바람이 스치고

 

 

바람은 거기까지 왔다

그 오래되고 길어진 목을 가진

나무 아래까지 와서 멈추었다

더는 가지 못하는 등성이 길

오르려다 거기 머물러 나무를 기웠다

나무는 그 바람으로 잎을 키우고

줄기를 뻗었다

바람이 수 없이 와서 부딪히는 동안

나무는 자라서 세상이 되고

나무는 바람을 가슴으로 안았다

그리고 바람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바람은 다시 등성이로 날아오르고

나무는 자꾸 가슴이 뚫려갔다

 

저 뚫린 느티나무 가슴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세월을 지켜온 나무의 가슴으로 

빤히 역사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