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주제란 무엇인가(정목일 문학서재에서)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9. 13. 18:54
등록일 |
2002년 02월 15일 |
강의내용 |
|
주제
1주제
1) 주제란 무엇인가? 주제와 구성과 상상을 문학의 3요소라 한다. 주제를 독일어로는 테마(Thema), 영어로는 씸(Theme), 혹은 서브젝트(Subject)라고 한다. 주제란 한 마디로 말해서 글의 중심 사상이다. 작가가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요, 주안점이다. 수필에는 뜻이 담겨야 한다.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본질, 핵심이 주제이다. 주제가 뚜렷하지 않으면 애매모호하여 무엇 때문에 쓴 글이며, 핵심이 무엇인지를 몰라 혼란을 일으킨다. 글을 짓는 데는 대개 순서와 방법이 있다.
첫째, 무엇을 쓸까? 하는 데서 주제(主題)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주제에 알맞은 소재(素材)를 캐내야 한다. 셋째, 주제와 소재를 갖고 구상을 한다. 따라서 글쓰는 방법은 ① 쓰고 싶다 (중심 사상 = 뼈대), ② 뼈대에 살을 붙이기 위한 감(재료)을 구한다, ③ 중심 사상에 따라 엮어 짜는 순서로 진행된다. 주제는 문장 전체를 거느리는 등뼈나 대들보와 같다. 문장 전체를 이끄는 사상적 기둥이다. 주제(主題), 주장(主張), 화제(話題) 따위를 통틀어서 중심 사상(中心 思想)이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소재나 흥미 있는 소재라 할지라도 주제에 맞추어야 한다. 주제에 꽃이 되고 향기가 돼 주지 않는 소재는 가치와 소용이 없다. 주제 없는 문장은 목적지 없는 여행이나 다름없다. 행로 없이 산책을 나서서 보고 느낀 점을 썼더라도 발견을 통한 일치된 견해, 집약이 있어야 하며 의미부여가 필요하다.글을 쓸 때 처음부터 주제를 설정해 놓고 전개해 가는 경우가 있고 글을 써 가는 과정에서 글쓰는 목적, 이유 등을 생각하면서 주제를 정하는 경우가 있다. 포멀에세이(베이컨식 에세이, 중수필)인 경우는 보통 주제를 설정하고 쓰는 경우이고 인포멀에세이(몽테뉴식 에세이, 경수필)의 경우엔 써 가는 중에 주제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어떤 문학 장르이건 주제가 없이는 뼈대가 없는 건물에 불과하며 문학으로서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그러므로 주제 설정은 곧 문학의 성패와 직결된다. 주제 설정 및 형상화 과정에 있어서 유의점을 든다면 다음과 같다.
1. 주제의 선명성 2. 주제의 통일성 3. 주제의 일관성 4. 주제의 의미성
주제는 애매모호해서는 안 되며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하고,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한 수필에 주제를 여러 개 설정하면 작가의 핵심 사상이나 메시지가 무엇인가 의아하게 되고 혼란을 일으킨다. 또한 한 주제가 설정되면 소재의 수집, 구성, 전개 등이 어디까지나 주제를 살리기 위한 장치와 방법이 되어야 한다. 주제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인생과 결부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주제의 드러냄에 있어서는 포멀에세이(중수필)의 경우엔 선명하고 뚜렷하지만, 인포멀에세이(경수필)의 경우엔 분명한 주제를 앞세우지 않고 독자들이 느끼고 생각하게 여운을 남기므로 더욱 인상을 깊게 만들기도 한다. 주제를 살리는 방법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뚜렷하게 부각시키느냐 간접적으로 은근하게 숨겨 놓느냐 하는 것은 작가에게 달려 있다. 주제는 작품 전체에서 일관되게 드러나기도 하지만, 문장의 한 부분, 또는 마무리 부분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소재를 만나면서부터 주제를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주제가 떠오르면서 소재를 찾는 경우가 있다. 주제를 설정하는 일은 독자가 글을 읽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이다. 주제의 구실 주제가 분명하면 문장의 윤곽을 잡을 수 없다. 주제가 분명하면 문장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소재를 취재 선택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주제가 분명하면 문장의 통일성과 일관성에 도움을 준다. 주제 설정의 유의점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왔던 일을 다뤄야 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관한 것일수록 좋다.
누구나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흥미성, 참신성, 시대성, 보편성, 의미성이 있어야 한다.
주제를 설정하기 위한 단계 → → 주제의 탐색 주제의 정리 주제의 확정 무엇에 대해 자신의 능력에 자신의 견해를 쓸 것인가 맞춰 방향, 범위 한정 분명히 드러낼 문제 선택
제1단계에서는 어떤 글을 쓸 것인가를 생각한다. '민족문화'에 대해 글을 쓴다든지, '이민'에 대해 글을 써 보겠다든지 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제2단계에서는 써 보고자 하는 주제의 내용을 정리하고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자신이 주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능력과 범위를 판단하여 정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소화해 낼 수 없는 주제를 설정한다면, 어려움에 부딪치고 말 것이다.
제3단계에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드러낼 수 있는 주제를 확정한다.
주제 의식 갖기 작가는 모름지기 주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평생을 통하여 다루고 싶은 중점 주제를 갖고, 이를 문장으로 형상화하기 위해서 어떤 소재를 모을 것이며, 또 압사, 취재, 문헌을 통해 예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주제를 갖도록 힘쓰는 일이 중요하다. 뚜렷하고 의미 있는 주제를 한 두 개만 설정하여 평생을 통해 탐구해도 좋을 것이다. 주제가 분명하면 글쓰기의 방향이 잡혀 있기 때문에 '무엇을 쓸까?' 하는 고민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방향을 따라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주제(主題)의 전달 방법 장편소설의 경우 여러 토막의 서사(敍事)로 구성되므로 몇 갈래 주제를 종합함으로써 큰 주제를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수필은 주제가 표출되는 문학의 형식이다. 수필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것이고 시, 소설에 비해 직설적으로 나타난다.
주제를 전달함에 있어 수필은 형식상 뚜렷한 특징이 있다. ① 예시(illustration)의 부분과 ② 일반화(generalization)의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①은 개개 사례의 구체적 서술이고, ②는 개개의 사례가 지니는 개연적 의미를 한 군데에 묶어 일반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필자의 주관적 견해와 함께 주제가 담겨진다.①과 ②를 어떻게 배치하고 글을 엮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수필 전개의 요체가 된다.
<균형>
언제나 직장에 제일 먼저 출근하는 P씨가 늦게 나왔다. 집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를 보고 동료가 물었다. 딱한 일이 벌어져서…. P씨의 얘기는 이렇다. 도시 근교에 살고 있는 그이 집에선 5년 전부터 진돗개를 키우고 있었다. 또 1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사흘 전에 귀여운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다. 고양이 식구가 늘어나자 P씨 가족들은 새끼 고양이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복했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고양이 새끼들이 참 예쁘지요? 호랑이, 곰의 새끼도 예쁘단다. 아이들의 물음에 답해 주면서 P씨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가족들이 집에 드나들 때마다 새끼 고양이들을 들여다보며 잘 자라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새끼건만 어미의 젖을 빨고 있는 모습들이 앙증스럽도록 귀엽기만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진돗개가 별안간 어미 고양이를 물어 죽인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갑자기 어미를 잃은 네 마리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니 측은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아용 젖통을 빨려 보았으나 먹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생명이 위급한 처지일 때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새끼 고양이들이 혼자서 클 수 있는 만큼 자라야 이웃에게 나눠주든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P씨의 고민을 짐작할 만했다. 나는 P씨의 집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전원 주택을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는 한 집에서 주인의 보호 속에서 살고 있지만, 언제나 경쟁 관계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주인의 관심과 애정에 따라서 삶의 기상도가 달라지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인간들이 보이는 사랑과 관심을 살피며 늘 경쟁 상태 속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살아왔다. 서로 적대 관계에 있으면서도 평화와 공존을 유지했던 것은 그들을 기르는 인간의 평등한 베풂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서부터 사랑의 베풂에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모든 가족들이 고양이에게만 관심을 갖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자, 개는 질투가 아닌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동물들은 눈빛으로, 온몸으로 주인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삶을 영위해 왔 던 것이다. 개로서는 고양이에게 사랑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것이 자신의 소외요 생존의 위협이나 다름없는 중대사였을 것이다. 아, 내가 P씨였더라도 미처 깨닫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어미 고양이를 죽인 것은 바로 주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진돗개에게도 평소처럼 사랑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더욱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했다면, 개에게도 고양이를 위해 똑같은 보살핌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동물들에게 주는 사랑도 이처럼 균형과 배려 속에서 행하여야만 비로소 화평을 이루는 이치인데, 하물며 자녀들을 기르는데 있어서 편애와 차별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고 사랑스런 아이에게 매 하나 더 든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가정에 평화를 유지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애완동물을 탈없이 기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자녀들을 온전하고 원만하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사랑의 배려가 필요한 것인가. 가정의 평화는 가족들의 관 심과 애정을 조화시켜 울리는 사랑의 오케스트라가 아닐 수 없다. 다음날 아침, P씨는 출근하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참 신기해요. 동물병원에 상담했더니, 고양이에게 먹이는 젖통이 따로 있었어요. 그걸 사용했더니, 새끼들이 빨아먹어요. P씨는 이제야 근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 껄껄 웃고 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남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통해, 자신의 견해와 새로운 해석을 내리고 있다.
① 어미를 잃은 고양이 새끼 ② 진돗개가 고양이 어미를 물어 죽임 ③ 균형이 깨어짐 ④ 자녀 사랑에 형평성이 중요하다. 편애는 좋지 않다.
① ② 대목이 직장 동료에게 들은 얘기를 나타낸 「예시화」 부분이고 ③ ④가 일반화 부분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해석이 들어간 일반화 부분 이다. 사랑은 오스카 햄머스타인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예시부문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은 한쪽으로 치워놓아선 안 된다. 일반화 부문 사랑은 당신이 그걸 주기 전에는 (주제) 사랑이 아니다.
주제 … 사랑은 주어야 사랑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