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2012.8월 초순
노을 무렵
하루는 지나가면서도 소리 하나 없습니다
그러나 저리 붉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일을 약속합니다
그렇게 아 , 저 노을처럼
하루가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사람 사는 것이 어디 뜻대로 다 되겠습니까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
그 때는 나도 그랬을까요
어린시절
아버지가 좋아 할 무엇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를 찾으러 신작노로 향하는 어두운 길을 나서면
철길을 지날때 반짝이던 그 은빛 레일의
차가운 감촉
예배당 탑위에 걸린 작은 초승달
그런 것들이 간혹 기억나기도 합니다
비탈처럼 난 신작놀로 향하는 길을 오르면
창호지 사이로 흐린 불빛
그 사람들의 뒷편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 시골의 겨울은 그렇게 깊어가고
애타는 산 새 소리만 긴 골을 울렸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위해
백일장에 가서 상도 타오고
상을 탄 날은 어김없이 동네 아저씨들이 모인 그 신작노 옆
작은 방으로 갔습니다
새벽 어느 때 쯤 인기척이 나고
바람의 섬뜩하게 방안으로 찬 기운을 쏟아내면
아버지의 굽은 어깨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 이제 아버지가 되어
소통의 부재를 절감합니다
아이는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아버지는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어쩌지 못하고
길을 올바로 인도하지 못합니다
인도할 길은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목을 늘인 말은 간혹 버티면서 가려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힘이 생겨서
팔씨름도 이제는 나를 이깁니다
안간힘을 쓰면서 그 팔을 넘겨보려 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길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길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습니다
아득한 날이 이어집니다
왜 이렇게 요즘은 날마저 더운지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잦아들게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 있겠지요
잠시 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오래지않아 그 자리
그 길로 그는 돌아올 것이라 믿어봅니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이니까요
다시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답니다
딩동, 문자가 오고 독서실에 입실했다는 소식
신선하게 부는 저녁바람처럼 날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