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6.25일 아침에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6. 25. 09:01

 

 

 

 

6.25일 아침에

 

그 날 지금쯤은 초성리 지역에서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을게다

아니 전투라기보다는 방어하기에 급급하던 아군의 황급한 모습과

속수무책으로 물러나던 모습이

정확한 당시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간혹 어느 작은 능선에서 적의 선두를 막아내기도 했으나

그건 그저 거센 물살의 한 줄기를 잠시 멈추게 했을 뿐

그렇게 도도히 남으로 밀려오는 적의 탱크와 병력을 막아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병력과 장비였다

 

그 날도 오늘처럼 이렇게 더웠을까

녹음 진 산 속에서 낮은 능선에 기대어

밀려오는 적

그 어디 쯤을 공격해야 했을까

 

무수히 죽어 넘어지던 전우들의 시신 사이에서

미처 수습하지도 못한 전우의 시체를 넘어

다시 밀리던 시간

거기 그 피흘리며 죽어간 전우를 남기고 떠난 자리

그 바위  그 풀잎들

시간의 흔적을 찾아나선 시간은 너무 길었네

 

하지만 그 나무는 알리라

그 육신으로 그 혼으로 이제까지 이만큼 크고 자랐음을

그 나무들은 알리라

바람에 잎을 흔들면서 소리치고

잊지 말라고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작은 풀 꽃으로 이름을 되새기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바람이 머무는 자리

그 무덥던 날 한 낮

 

 

아 그날도 오늘 같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