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펌프--덕대에서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7. 4. 09:07

 

 

 

 

 

 

마중물--펌프의 물을 길어 올리며

 

 

저 지하의 물을 끌어 올리려면

물이 먼저 마중을 나가야한다

지하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

 

절로 오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물이 물을 만나는데도 작은 촉매제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고였던 물의 미지근함이 올라와

전령처럼 지하의 소식을 알린다

그리고 연이어 차올라오는 시원함

그 차가운 물들

미지의 세계란 여유가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느껴진다

 

사람도 그러한가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렇게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사는 걸까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저 들판의 작은 펌프

그 녹슬어가는 몸에서 시간의 흔적을 떠올리며

소용 없어진 생각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