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비온 뒤 이른 아침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4. 26. 08:22

 

 

 

 

 

 

비가 그치고 이른 아침

 

 

 비가 그치고 다음 날, 이른 아침 햇살이 뜰 때, 그렇다. 가장 꽃들이 아름답게 빛이나는 시기이다. 특히 이 맘때, 봄꽃들이 다투어 피는 때는 더욱 그렇다. 어제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이 아침은 이렇게 밝고 아름답다. 이런때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렇게 아침 빛이 좋은데, 아직 꽃잎에 물방울이 저리 매달려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데. 이 꽃잎의 물방울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꽃들도 그리 오래 저리 밝은 빛을 뿜어내지 못할 것이다. 차츰 먼지가 쌓이고 퇴색되어 갈 것이다. 이 아침의 출근 길은 그래서 더욱 싱그럽다. 나뭇잎들의 연록색 빛은 금아가 노래한 '신록예찬'바로 그것이라 여겨진다.

 길 가에 심겨진 철쭉나무에 분홍과 연분홍의 꽃이 활짝피고, 어느 연극에서처럼 저 나무에는 흰 꽃이 수북수북 빛나는 꽃 거품을 매달고 있다. 온통 꽃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슨 꽃일까. 건너다보이는 저 꽃, 횡단보도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뒤에서 환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그 사람도 잠시 저 꽃의 향기를 느끼고 있겠지. 오래 신호등 앞에서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을 순간이리라. 옥잠화 잎들은 왜 그리 도톰하게 동그란 잎을 오무리고 자라는지. 아직 피어나지 않은 잎들이 작은 대롱들을 연신 땅에서 하늘로 쏘옥 쏙 내밀고 있다. 저 척박한 땅에 저리 연하고 아린 싹들이 숨어 있었을까. 봄은 그래서 희망의 계절이요, 내일을 바라보는 시간인가보다. 저 딱딱하게 굳어있던 땅에서 연한 새 싹들이 돋아나고 있지 않은가. 저리 연녹색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 땅에서 날마다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 날 아침이 즐겁다. 모든 자라는 것들이 춤을 추고, 까르르 웃음으로 화답해 주는 것 같다. 해맑고 때묻지 않은 웃음이 거리를 가득 채우는 것 같다. 살아가는 것은 저렇게 날마다 희망을 쌓아가는 것. 저리 희망의 소리를 하나씩 나무에 매달아 가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희망으로 보여주는 것. 길을 걸어가면서도 하나씩 가슴에 희망을 차곡차곡 이어가는 것. 그 찰랑대는 햇살의 반짝이는 순간을 채색해 가는 것이 바로 오늘 아침에 본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