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방/짧은 생각들

어머니가 퇴원을 하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2. 18. 06:21

 

 

 어머니가 퇴원을 하다

 

 

 어머니가 드디어 퇴원을 하였다. 퇴원 후 서울 집에 들렀다가 바로 안동으로 출발했다. 오후에 출발한 탓에 안동에 도착하기도 전에 밤은 찾아왔다. 치악휴게소에서 따순 국수를 시켜 저녁 겸해서 먹었다. 어둠이 함께 몰고오는 밤바람이 매섭게 불어온다. 국수를 먹고나니 밤은 더 깊어져 간다. 이제는 어둔 길을 가야한다. 낮 운전보다 밤 운전은 더 감각이 둔해진다. 죽령 굴을 지날때 어머니가 물어본다. "무슨 굴이로? " "이 굴이 죽령 굴이야. 가장 긴 굴이야" 오래 굴을 지나는 동안 어머니는 다시 말이 없다. 운전 중에 가끔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한다. 소음 때문에 다시 크게 물어본다. 그제야 어머니는 다시 대답을 하곤 했다. 오래 고향을 떠나 병원에 있던 탓인지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은 좋은 모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어떻게 밥을 잘 해먹을 수는 있을까.

 집으로 가는 길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시골 사람들은 이미 문을 닫고 집 안에서 쉬거나 이른 저녁 잠을 자기도 하는 듯 불이 꺼진 집도 있다. 집 앞에 도착하자 집 앞 가로등이 먼저 절로 켜진다. 마당의 불을 켜고 밖의 불도 모두 켰다. 환하게 불을 밝혀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왔음을 마당의 나무들에게 알렸다. 거처를 하는 작은 방 열쇠를 맡긴 미산 아지매(아주머니)네 집을 어머니께 물어 어둔 골목을 돌아 집을 찾았다. 고등학교때 집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서인지 동네 어른들을 잘 알지 못한다. 어머니가 그 분은 아지매가 된다고 일러 주었다. 어머니가 설명을 해준 대로 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며 "아지매요. 아지매요" 불렀다. 아지매가 나와 반긴다. 열쇠는 집 마루 한 곳에 두었다고 한다. 다시 집에 도착하니 이미 어머니가 열쇠를 찾아 방문을 열고 있었다.

 방들이 그저 미지근하다. 보일러를 낮추어 둔 탓에 천장가까이는 찬 기운이 흐른다.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출입문에 붙은 쪽지를 읽어보니 수도계량기를 검침한 사람이 붙여둔 것이었다. 누수 관련 쪽지였다. 지난번 보일러를 외출에 둔 채 서울로 와서 그런지 혹한에 관이 터져 물이 오래 샌 모양이다. 그때 아마 수도물이 많이 흘러 계량기가 계속 돌아간 모양이다. 평소 사용량보다 4배가량 사용된 것으로 나왔다. 수리공이 수리를 하고 난 뒤 다행히 추가 고장을 없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보니 어머니의 부었던 발목은 많이 가라 앉았다. 지난번 서울에 왔을때처럼 그 정도로 부었던 어제 저녁때는 덜컥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에도 처음에는 어디서 삔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다음 날 찾아간 정형외과에서는 바로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바로 응급실에서 밤늦게 수술을 하고 입원했으니. 어제 퇴원시 의사말로는 부기가 있다가 다시 가라 앉는다고 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 다행이 새벽에 보니 부기가 많이 가라 앉아 다행이다 싶었다. 어머니도 잠을 잘 잤다고 한다. 병원에 있을때는 간혹 잠도 잘 오지 않았다고 한다.

 잠을 어느 정도 잤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 이다. 몇 시간을 잠을 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오래 흐른것 같다. 노트북을 들고 오길 잘했다. 에그를 켜고 노트북을 켜니 인테넷이 잘 된다. 시골이라 인터넷이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무선 인터넷이 아주 원활하게 잘 된다. 인터넷으로 강의도 듣고, 음악도 듣다가 문득 몇 자 적어본다. 이 조용한 시간, 시골의 새벽은 여전히 고요하고 간혹 뒷 산아래 철길로 중앙선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린다. 오래 방을 사용하지 않아  큰 방은 추워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위풍이 없어 따스한 방바닥에 작을 상을 내어다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있다. 진작 노트북을 살 것을 하는 생각을 했다. 참 편리하고 유용한 기계이고 좋은 세상이다. 지난번에도 출장을 갈때 간편하게 들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볍고 작은 프로북이라서 1.6kg밖에 안되어 휴대가 아주 편했다.

 이제 오래 남지 않은 지난 분주했던 생활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길을 생각해본다. 어제는 미리 사회로 나가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가 오랫만에 전화를 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그 분야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할텐데. 나름대로 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어머니가 이제 팔십인데 외할머니가 건강하게 96세까지 사시다가 돌아가셨으니 어머니도 아마 앞으로 이십년은 잘 살겠지 생각해본다. 이번처럼 갑자기 입원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한 5주를 병원에 게시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병원과 집을 오가시다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 이제 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면 지난 해처럼 다시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을거라 여겨 본다. 마당에 어머니가 짚으로 묵어 둔 감나무들을 보살피면서 국화꽃도 키우시기를 기대해본다. 어머니는 다시 잠이 드셨는지 조용하다. 시골의 새벽은 천천히 아침으로 가고 있다. 어디서 새벽을 알리는 닭이 올고 있다. 곧 아침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