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끌의 정수리를 내리치다
지도에도 없는 길
2012. 1. 13. 12:18
끌의 정수리를 내리치다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쇠망치로 끌의 정수리를 내리쳐야
아주 강하게 내리쳐야
조금씩 자리를 내어준다
그 벌어진 틈으로 햇살이 박힌다
틈을 내어준다는 건
그대에게 설 자리를 건네주는 것
함께 이고 서야할
몇 생을 지고 가야할
지붕의 무게를 나누어 가지는 것
끌이 빗겨서서 나무를 판다
끌이 수직으로 나무의 어깨를 판다
빗겨설 자리를 다듬는다
빈 틈없이 껴안아야할 자리를 다독인다
빈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함께 버티어야할 시간을 나누는 것
끌처럼 나무를 베혀
그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것
그 처음의 자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