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방

저수지의 겨울

지도에도 없는 길 2011. 12. 13. 09:25

 

 

 

 

 

 

 

저수지의 겨울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가슴께는

이 겨울동안 늘 시린채 남아

그 언저리를 물오리가 휘젖는다

산 그림자는 날마다 잛아지고

층층으로 드러나는 지난 여름 호수의 줄기 뼈

산자락에 기댄 흔적이 말갛다

켜켜이 쌓인 자리

이 겨울에야 볼 수 있다

이 겨울쯤에야 만져볼 수 있다

 

물이 다시 차오르는 봄이 올 때까지

가끔 철새들 날개짓으로

드러난 자리를 채우고

발부리 채이는 돌을 지나

뱃길 훤히 드러난 길을 걸으면

호수로 가는 길은

가슴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화천 파로호의 어느 자락에서